맹자_고자
▶ 맹자_고자 상_11.1 사람의 본성과 갯버들의 비유
고자가 말했다.
“사람의 본성은 갯버들과 같고 의(義)는 갯버들로 만든 그릇과 같으니, 사람의 본성으로써 인(仁)과 의를 행하는 것은 갯버들로써 그릇을 만드는 것과 같다.”
맹자가 말했다.
“그대는 갯버들의 본성을 그대로 살려서 그릇을 만드는가? 아니면 갯버들을 억지로 구부리고 꺾은 후에 그릇을 만드는가? 만일 갯버들을 구부리고 꺾어서 그릇을 만든다면 마찬가지로 사람의 본성을 구부리고 꺾어서 인과 의를 행한다는 것인가? 그대의 그러한 이론은 틀림없이 세상 사람들을 이끌어서 인과 의를 해치게 할 것이다.”
▶ 맹자_고자 상_11.2 사람의 본성과 물의 비유
고자가 말했다.
“사람의 본성은 빙빙 소용돌이치는 물과 같아서, 동쪽으로 터주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으로 터주면 서쪽으로 흐른다. 사람의 본성 자체에 선함과 불선함의 구분이 없는 것은 물 자체에 동쪽과 서쪽의 구분이 없는 것과 같다.”
맹자가 말했다.
“물 자체에 정말 동과 서의 구분이 없기는 하지만, 위와 아래의 구분도 없는가? 사람의 본성이 선한 것은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과 같다. 사람은 선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물은 낮은 데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없다. 만약 물을 쳐서 튀어 오르게 하면 사람의 이마 높이를 넘어가게 할 수 있고, 물결을 막아서 거슬러 올라가도록 하면 산 위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이것이 어찌 물의 본성이 그렇기 때문이겠는가? 밖으로 가해지는 힘이 그렇게 한 것이다. 사람이 불선한 것을 행하게 되는 것 역시 이처럼 본성이 밖의 힘에 의해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 맹자_고자 상_11.6 인의예지의 선한 본성
...
맹자가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바탕대로만 따른다면 선하게 될 수가 있으니, 이것이 곧 내가 말하는 바의 본성이 선하다는 의미이다. 사람이 선하지 않게 되는 것은 타고난 재질의 잘못이 아니다.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측은지심(惻隱之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수오지심(羞惡之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고, 공경하는 마음[공경지심(恭敬之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시비지심(是非之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은 인(仁)이고,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은 의(義)이고, 공경하는 마음은 예(禮)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은 지(智)이다. 이러한 인의예지는 밖으로부터 나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것인데, 다만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므로 공자께서는 ‘찾으면 얻게 되고, 놓아버리면 잃게 된다.”고 했다. 때로는 사람들 간의 차이가 서로 두배 또는 다섯 배가 되어 계산할 수도 없게 되는 것은 타고난 재질을 남김없이 실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경>에서 말하기를 ‘하늘이 뭇 백성을 내시니, 사물이 있으면 그 사물의 법칙이 있도다. 백성들은 항상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아름다운 덕을 좋아한다’고 했다. 공자께서 ‘이 시를 지은 사람은 도를 알았구나. 사물이 있으면 반드시 그 사물의 법칙이 있게 마련이다. 백성들은 항상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아름다운 덕을 좋아한다’고 하셨다.”
▶ 맹자_고자 상_11.7 사람의 공통적인 마음
맹자가 말했다.
“... 그러므로 사람의 입은 맛에 있어서 동일한 기호를 가지고 있고, 귀는 소리에 있어서 동일한 청각을 가지고 있으며, 눈은 색에 있어서 동일한 색감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의 경우에 있어서만 동일한 바가 없겠는가? 사람들의 마음에서 동일한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도리이며 의리이다. 성인이란 우리들의 마음에 동일한 바를 먼저 체득한 분이다. 그러므로 도리와 의리가 우리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은 동물의 고기가 우리들의 입을 기쁘게 하는 것과 같다.”
▶ 맹자_고자 상_11.11 학문이란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
맹자가 말했다.
“인(仁)은 사람의 마음이고 의(義)는 사람의 길이다. 그 길을 버려두고 따르지 않으며 그 마음을 잃어버리고 찾을 줄을 모르니, 슬프도다. 사람들은 닭과 개를 잃어버리면 찾을 줄을 알면서도 마음을 잃어버리고는 찾을 줄을 모른다. 학문하는 방법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
▶ 맹자_고자 상_11.12 일의 경중을 모르는 사람
맹자가 말했다.
“무명지가 구부러져서 펴지지 않는 경우 아프거나 일에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만약 그것을 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진나라와 초나라 사이의 먼 길도 멀다고 여기지 않고 찾아가는 것은 자기 손가락이 남과 다르기 때문이다. 손가락이 남과 다른 것은 싫어할 줄 알면서도 마음이 남과 다른 것은 싫어할 줄 모른다면, 이것을 일러 일의 경중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 맹자_고자 상_11.18_오늘날 인을 실천하는 사람들
맹자가 말했다.
“인(仁)이 불인(不仁)을 이기는 것은 물이 불을 이기는 이치와 같다. 오늘날 인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물 한 잔으로 수레 하나에 가득 실린 땔나무에 붙은 불을 끄려는 것과 같다. 그러고서 불이 꺼지지 않으면 물은 불을 이기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행동은 불인(不仁)에 크게 동조하는 것이니, 결국에는 그가 지닌 얼마 되지 않는 어진 마음마저 잃게 될 것이다.”
▶ 맹자_고자 상_11.19_오곡과 인
맹자가 말했다.
“오곡은 곡식 중에서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여물지 않으면 비름이나 피만도 못하다. 인(仁)의 가치 역시 여물게 하는 데 달려 있다.”
▶ 맹자_고자 하_12.12_군자와 신념
맹자가 말했다.
“군자가 신념이 없다면 어찌 확고한 태도를 지닐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