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집 채근담 121-150
▶ 전집 채근담 123.
마음이 혼란하고 산만할 때에는 자신을 잘 일깨울 줄 알아야 하고, 마음이 긴장되고 경직되었을 때는 탁 풀어놓을 줄 알아야 하니, 그렇지 않으면 어리석고 혼미한 병폐는 없어질이지 모르나 뒤숭숭하고 어수선한 혼란이 또다시 찾아든다.
▶ 전집 채근담 125.
사리사욕을 이겨 제어하는 일에 대해, 어떤 사람은 사리사욕의 실체를 빨리 알지 않으면 의지대로 제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하고, 어떤 이는 사리사욕의 실체를 간파했더라도 그것을 찾아내어 제어할 수 있는 의지가 없다면 안 된다고 한다.
앎이란 사리사욕의 실체를 분명히 비출 수 있는 밝은 구슬이며, 의지는 사리사욕을 끊어버릴 수 있는 보검이니, 이 두 가지 모두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전집 채근담 126.
남이 나를 속이는 것을 알면서도 말로 드러내지 않고, 남에게 모욕을 당하더라도 낯빛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태도 가운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의미와 헤아릴 수 없ㄴ느 효용이 담겨 있다.
▶ 전집 채근담 127.
역경과 곤궁은 영웅호걸을 단련시키는 화로와 망치이니, 역경과 곤궁의 단련을 감내해 낸다면 몸과 마음에 모두 이로울 것이요, 그 단련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몸과 마음에 모두 해로울 것이다.
▶ 전집 채근담 129.
‘남을 해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지만 남이 나를 해치려는 것에 대비하는 마음이 없어서도 안 된다’는 말은 사려가 깊지 못함을 경계하는 것이다.
‘차라리 남에게 속임을 당할지언정 남이 나를 속일 것이라고 미리 넘겨짚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지나치게 세심함을 경계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말을 염두에 두고 치우침 없이 실행한다면, 생각이 정치하고 밝아지며 덕이 원만하고 두터워질 것이다.
▶ 전집 채근담 132.
푸른 하늘․빛나는 해와 같은 절의도 컴컴한 방안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는 마음가짐으로부터 배양되어 나오고 천지를 휘두를만한 경륜도 깊은 연못에 서 있는 듯 살얼음을 밟는 듯한 조심성에서 다듬어져 나온다.
▶ 전집 채근담 133.
어버이가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이 어버이께 효도하며 형이 아우를 아끼고 아우가 형을 공경하는 것은 비록 아주 잘 해내었다고 해도,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므로 털끝만큼도 감격스럽게 생각할 것이 못된다. 만일 배푼 자가 생색을 내거나, 받은 자가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다면, 이것은 아무 관계도 없는 남남간의 일이요, 이익을 좇는 시정잡배나 하는 짓이다.
▶ 전집 채근담 139.
덕은 재능의 주인이요, 재능은 덕의 하인이다. 재능만 있고 덕이 없는 것은 주인 없는 집에 하인이 집안일을 마음대로 하는 것과 같으니, 어찌 도깨비처럼 제멋대로 날뛰지 않겠는가?
▶ 전집 채근담 141.
과실에 대한 책임은 다른 사람과 같이 할지언정 공적은 같이 하지 말지니 공적을 같이 하면 서로 시기하게 되리다.
어려움은 다른 사람과 같이 할지언정 공유하지 말지니 안락을 같이 하면 서로 원수가 되리라.
▶ 전집 채근담 142.
선비[사군자(士君子)]는 가난하여 재물로써 다른 사람을 구제할 수 없더라도, 어리석고 방황하는 사람을 만나서는 한 마디 명철한 말로 깨우쳐 인도할 수 있고, 위급하고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만나서는 한 마디 지혜로운 말로 곤경에서 구해낼 수 있으니, 이 또한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이다.
▶ 전집 채근담 143.
배고프면 달라붙었다가 배부르면 떠나버리고, 따뜻하면 재빨리 다가왔다가 추워지면 가버리니, 이것이 세상 인정의 병폐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마땅히 냉철하고 객관적인 안목을 길러야 하고, 삼가 강직한 기질을 간직하여 경거망동하지 않아야 한다.
▶ 전집 채근담 144.
덕은 그 사람의 도량에 따라 증진되고, 도량은 그 사람의 식견에 따라 커진다.
그러므로 자신의 덕을 증진시키고자 하면 먼저 그 도량을 크게 하지 않을 수 없고, 자신의 도량을 크게 하고자 하면 우선 그 식견을 높이지 않을 수 없다.
▶ 전집 채근담 146.
늘 스스로 반성하는 사람은 부딪치는 일마다 자신에게 이로운 약이 되고, 남만 탓하는 사람은 마음씀씀이 하나하나가 모두 자신을 해치는 흉기가 된다.
하나는 모든 선행의 길을 여는 것이되, 다른 하나는 온갖 악행의 근원을 깊어지게 하는 것이니, 둘 사이가 결국에는 하늘과 땅처럼 멀어지게 된다.
▶ 전집 채근담 150.
수면은 물결이 일지 않으면 저절로 평온하고 거울은 먼지가 끼지 않으면 자연히 밝다. 그러므로 마음도 굳이 맑게 할 필요가 없으니 마음속의 번뇌를 없애면 본래의 마음이 절로 드러나며, 즐거움도 굳이 찾을 필요가 없으니 괴로움을 없애면 즐거움이 절로 깃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