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집 채근담 151-170
▶ 전집 채근담 153.
절의가 굳어 고관대작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고, 문장이 아름다워 흰 눈보다 고결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그것이 덕의 수양을 통해 나오지 않았다면, 절의는 한낱 사사로운 혈기일 뿐이고, 문장의 아름다움도 그저 말단의 기교일 뿐인 것이다.
▶ 전집 채근담 155.
도덕을 삼가 지킬 때는 반드시 아주 미세한 일에서부터 해야 하고, 은덕을 베풀 때는 보답할 처지가 못 되는 사람에게 더욱 힘써야 한다.
▶ 전집 채근담 157.
덕은 사업의 토대이니, 기초가 튼튼하지 않고서 견고하고 오래 가는 집은 없다.
▶ 전집 채근담 158.
옛사람이 말하였다. “자기 집의 무진장한 보물을 내버려 둔 채 밥그릇을 가지고 남의 집 대문을 기웃거리며 거지처럼 구하고 있구나!” 또 말하기를 “벼락부자여, 일장춘몽 같은 부귀를 자랑하지 말라. 어느 집인들 아궁이에 불 때면 연기가 없겠는가?”라고 하였다.
앞의 말은 스스로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하여 혼미함을 깨우치는 것이요, 뒤의 말은 자신이 가진 것을 자랑함을 경계하는 것이니, 학문하는 사람에게 간절한 격언이라 하겠다.
▶ 전집 채근담 159.
도는 모든 사람이 쓰는 공중의 사물 같은 것이니 어떤 사람이건 간에 이끌어 도덕을 닦고 행하게 해야 한다. 학문은 늘 먹는 끼니 같은 것이니 어떤 것을 배울 때는 늘 경계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전집 채근담 162.
착한 일을 했을 때는 비록 그 이로움이 겉으로 당장 드러나지는 않지만, 수풀 속의 동과처럼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레 뻗어 나온다.
나쁜 일을 저질렀을 때는 비록 그 해로움이 겉으로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뜰 앞의 봄눈처럼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녹아버린다.
▶ 전집 채근담 164.
부지런함이란 원래 도덕과 의리의 민첩함을 가리키는 말인데 세상 사람들은 그저 잘살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버는 것이라 생각하고 부산을 떤다. 검소함이란 본디 재물과 이익에 탐욕이 없음을 말하는데 세상 사람들은 인색하기만 하면 되는 줄 알고 검소한 체한다.
군자가 몸을 수양하는 방법인 부지런함과 검소함이, 도리어 소인배들에게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방편이 되고 말았으니, 아! 안타까운 일이로다.
▶ 전집 채근담 165.
기분이나 충동에 치우쳐 한 일은 시작하자마자 곧 그만 두게 되니 어찌 물러서지 않는 수레바퀴처럼 지속될 수 있겠는가? 감정과 지식으로 깨달은 이치는 깨닫자마자 바로 혼미하게 되니, 끝내 영원토록 밝게 비추는 등불이 되지 못한다.
▶ 전집 채근담 166.
남의 잘못은 마땅히 너그럽게 용서해야 하나, 자신의 허물은 용서해서는 안 된다.
내가 겪고 있는 곤궁과 굴욕은 마땅히 참고 견디어야 하나, 다른 사람이 당한 곤궁과 굴욕은 수수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 전집 채근담 167.
세속에서 초탈할 수 있어야 기인이니, 일부러 기이한 일을 숭상하는 자는 기인이 아니라 이상한 사람일 뿐이다.
세속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을 수 있어야 청렴한 사람이니, 아예 세속과 담을 쌓고서 청렴함을 구하는 자는 청렴한 사람이 아니라 과격한 사람일 뿐이다.
▶ 전집 채근담 169.
마음속에 잡념이 없어야 자기의 본성이 드러나니, 잡념을 끊지 않고 본성을 보려 하는 것은 물살을 헤쳐서 달을 찾으려는 것과 같다. 뜻이 깨끗하면 마음이 맑아지니, 뜻을 명확히 알지 못하고 마음이 맑기를 구하는 것은 깨끗한 거울을 바라면서 거울에 먼지를 덧씌우는 것과 같다.
▶ 전집 채근담 170.
내가 귀함에, 사람들이 나를 떠받드는 것은 내 몸에 걸친 이 높은 관과 큰 띠를 떠받드는 것이며,
내가 비천함에, 사람들이 나를 업신여기는 것은 내 몸에 걸친 이 베옷과 짚신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내 참모습을 떠받들지도 업신여기지도 않았는데 기뻐하고 화낼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