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집 채근담 171-200
▶ 전집 채근담 173.
일이 없을 때에는 마음이 혼미해지기 쉬우니, 마땅히 고요한 가운데 깨어 있어야 하며, 일이 있을 때에는 마음이 따라 분주해져 경솔해지기 쉬우니, 마땅히 깨어 있는 가운데 고요함을 유지해야 한다.
▶ 전집 채근담 175.
선비는 권세 있고 높은 자리에 있어도 몸가짐과 행실은 엄격하고 분명해야 하고 마음과 기분은 온화하고 부드럽게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방종하여 사리사욕을 일삼는 무리를 가까이해서도 안 되고, 또한 지나치게 격분하여 악랄한 소인배를 건드려서도 안 된다.
▶ 전집 채근담 178.
한 순간의 자비로운 마음이 천지간의 온화한 기운을 빚어낼 수 있고, 가슴속 한 치의 청렴결백한 마음이 고결한 덕행을 영원히 남길 수 있다.
▶ 전집 채근담 179.
음모와 괴벽․기행과 잡기는 모두 세상을 사는 데 재앙의 씨앗이 되니, 오직 평범한 덕과 평범한 행동만이 타고난 본성을 온전히 하여 평안을 불러들일 수 있다.
▶ 전집 채근담 180.
옛말에 ‘산에 오를 때는 험한 길을 인내해야 하고, 눈 덮인 곳에 갈 때에는 위험한 다리를 인내해야 한다’고 하였으니, 여기에 ‘인내’라는 말 한마디는 참으로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산길처럼 험악한 인정과 눈 덮인 다리처럼 위태로운 세상 역정에서, 만약 ‘인내’라는 말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의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가시덤불과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전집 채근담 181.
공적을 과시하고 문장을 자랑함은 모두 자신의 밖에 있는 사물에 기대어 행동하는 것이다. 마음의 본체는 본래 밝은 까닭에 이 본체를 잃지 않으면 한 치의 공적이나 한 글자의 문장이 없을지라도 저절로 정정당당히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너무나도 알지 못하는구나.
▶ 전집 채근담 182.
바쁜 와중에도 여유를 가지려면 모름지기 먼저 여유 있을 때 의지할 근거를 찾아 두어야 하고, 소란스런 와중에도 고요함을 유지하려면 모름지기 먼저 고요할 때 중심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삶의 잣대가 환경에 따라 바뀌고 사정에 따라 흔들리게 된다.
▶ 전집 채근담 187.
소인과 원수를 맺지 말라. 소인은 그에게 걸맞은 적수가 있기 때문이다. 군자에게 아첨하지 마라. 군자는 원래 사사로운 은혜를 베풀지 않기 때문이다.
▶ 전집 채근담 189.
심신수양은 수없이 쇠를 단련하는 것과 같이 해야 하니, 만약 성취하려는 데만 급급하면 정밀하고 깊은 수양을 할 수 없다. 일을 추진할 때는 마치 아주 무겁고 큰 근의 쇠뇌를 당기듯 신중해야 하니, 대충대충 경솔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큰 공적을 이루지 못한다.
▶ 전집 채근담 190.
차라리 소인에게 헐뜯음을 당하는 대상이 될지언정 소인배가 아첨하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차라리 군자의 질책을 받을지언정 군자가 감싸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 전집 채근담 192.
남에게서 받은 큰 은혜는 갚지 않으면서 자잘한 원한은 굳이 보복하지 못해 안달하고, 다른 사람의 분명하지 않은 잘못은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선행은 무조건 의심한다. 이것은 너무나 몰인정하고 각박한 것이니 마땅히 깊이 경계해야 할 것이다.
▶ 전집 채근담 193.
중상모략과 비방을 일삼는 사람이 하는 짓은 마치 한 조각구름이 태양을 가린 것과 같으니, 비록 훼방을 당하더라도 오래지 않아 그 진상이 저절로 밝게 드러난다.
아양과 아첨을 떠는 사람이 하는 짓은 마치 틈새로 불어 들어온 바람이 살갗에 스미는 것과 같으니, 비록 처음에는 별 해가 없는 듯 하더라도 저도 모르는 사이에 큰 피해를 입게 된다.
▶ 전집 채근담 196.
세상을 살아감에 세속에 휩쓸려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세속과 담을 쌓아서도 안 된다.
일을 추진할 때에는 남들의 미움을 받아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남들의 비위를 맞추려 해서도 안 된다.
▶ 전집 채근담 197.
날이 저물어 감에 안개와 노을이 오히려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한 해가 저물어 감에 잘 익은 밀감이 더욱 향기롭다.
그러므로 군자는 마땅히 인생의 황혼에 더욱 힘껏 분발하여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 전집 채근담 200.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근심하지 말고, 생각대로 잘된다고 기뻐하지 말라.
오래도록 편안할 것이라고 믿지 말며, 처음에 어렵다고 꺼리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