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불암, 규봉암



새 소리, 피아노 선율을 좇아 석불암에 들어선다.
사진을 찍다가 키 큰 원빈(?) 스님과 마주쳤다.
인사드리고 나가려는데 스님이 손가락을 가리킨다.
망원경과 의자 몇 개...
번거로우실 것 같아서 잠시 고민하다가 망원경을 집어들고 먼 산을 보았다.
산이다.
이제 가야겠다.
스님이 왜 안 가져가느냐고 물으신다.
내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둘 다 웃었다.
다시 합장인사.
"또 오십시오."
태어난 인연도,
함께 자란 인연도,
같이 배운 인연도,
오랜 시간 연락을 주고 받은 인연도,
찰나의 뜨거웠던 인연도
저 아래 두고 오셨을 스님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낳은 인연도 없어
모든 집착과 윤회의 고리를 끊고
억만 번 바위가 되었을 스님...
마애여래좌상은 보지 않기로 했다.
내려오면서 돌 하나를 얹는다.